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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by 목회를 배워갑니다. 2025. 5. 14.

1. 도서의 핵심 주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한강 작가가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파생시킨 세상 모든 '흰'에 대한 이야기

 

2. 도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단어 ‘흰’, 작가의 삶속에서 함께 해온 ‘흰’것들에 대해 읽었을 때 난 내게 존재하는 ‘흰’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삶이 위태롭던 순간, 두려움으로 몸부림치던 아득한 청춘의 시간을 건너 지금의 삶을 살게 해준 내게 ‘흰’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유년시절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될 수 있다면 일부러 과거를 떠올리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의 방황, 어두운 거리의 기억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삶에 대한 경멸로 이어졌고, 이는 가장 아픈 화살이 되어 수시로 내 삶을 관통했다.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삶의 연속이었다. 세상과 단절되어 갈수록 드러나는 존재의 무가치함은 혹한의 바람처럼 나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내가 원했던 삶과 현실속의 나, 상반되는 두 삶의 온도는 가슴에 결로(結露)를 만들었다. 그 때문일까? 시간이 흘러도,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절망, 눈물이 스친 자리마다 시커먼 곰팡이가 내려앉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가련한 삶 앞에 나는 어미 잃은 짐승처럼 한없이 떨어야만 했다.

살고 싶었다. 살아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삶에 대한 집념이 가슴속 작은 불씨가 되어 일렁이기 시작했을 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의 흐름 만 으로는 쇠잔하지 않을 기억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시간은 소리 없이 나를 스쳐 지나갔고, 조각난 삶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그토록 나를 힘겹게 했던 고통의 시간들은 강물처럼 내게로 흘러왔다. 가슴이 찢기는 것 같은 아픈 날이 있었지만 돌아서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것들을 마주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루하게만 느껴졌던 삶의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쓰디쓴 젖줄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느 날은 ‘만끽’ 이라는 단어 옆에 쓰인 ‘삶’을 바라보며 한참을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 곁에서 잠든 아이가 깰까봐 나는 눈물을 삼키고 또 삼키었다.

‘ 아 ... 나는 한 번도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단 말인가?...’ 아픔은 탄식이 되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노트를 펼쳤다. 무얼 쓰려고 했는지, 왜 쓰려고 했는지 모른다. 나는 매일매일 흰 종이를 가득 채워 나갔다. 돌아보면 그것은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건너 세상과 마주하고 싶은 간절한 내 소망, 삶에 대한 강한 끌림의 분출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 내었다. '특정한 하나의 자아, 삶에 있어 분명한 선을 그어놓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엾은 일이란 말인가?'

내게 책은 이야기를 넘어 그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었다. 한권을 책을 내려놓을 때 마다 나는 자유와 거칠음, 삶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처럼 놀라 휘둥그레진 눈동자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고 경이로워 보이는 것이다. 그런 내게 예전과 같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내 손끝이 책장의 흰 모서리를 만날 때 마다, 촘촘히 박힌 글씨 옆 귀퉁이의 흰 여백을 채울 때 마다 삶은 뜨겁게 타올랐다. 그렇게 독서가 삶이 되고, 삶이 독서가 된 순간, 나는 삶에 성실하려는 의지와 상황과 선택 이라는 삶의 본질적 요소,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모든 잠재적 요소와 더불어 존재의 기쁨을 만끽하며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깨끗하기 만한 ‘하얀’ 과는 달리 [흰]은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삶과 죽음’ 이라는 모순된 것을 품고 있는 [흰]처럼, 삶이기에 살아가야 하는 당위적 요구와, 동시에 존재를 위협하는 예측 할 수 없는 것들에 둘러 싸여 있는 우리의 [삶] 자체가 [흰]것은 아닐까?

삶에 있어 죽음이란 생물학적인 소멸이 아니며, 반대로 삶이란 단순한 목숨의 부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은 누구나 숨을 쉬며 죽음을 경험할 수 있고,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가까이 가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 지니는 이러한 모순이야 말로 살아 있음에도 더 살고 싶게 만들고, 고통스러운 극한의 상황에서 조차 의미를 찾아내려 하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존재에 대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 그저 하얗기만 하다면(존재에 대한 위협이 없다면)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겐 침묵할 시간도(p130), 눈을 뜨고 장막을 걷을 일도(p109), 우리의 몸이 부스러져 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는 모래의 집이란 사실도(p89), 하얗게 웃을 일도(p78) 없을 것이다.

‘흔들리거나, 금이 가거나, 부서지려는 순간’ 작가가 자신에게 주고 싶었던 [흰]것 과 같이, 살아가고자 하는 존재(생명)에 대한 강한 끌림은 우리의 [삶]속에 녹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추운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와 허공에 퍼져 나갈 때 (p71)’ 다시 한 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내쉰 숨을 들이 마시는 것이리라.

나는 오늘도 흰 책장의 모서리를 넘기며 살아간다. 어떤 순간에도 깨어지지 않고, 더렵혀지지 않은, 어떻게도 훼손되지 않을 삶에 대한 집념, 살아가야 함의 당위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흰 것을 붙들고.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p133)'...

 

3. 동역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과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희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결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깨끗함’ 혹은 ‘순수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쉽게 오염될 수 있으며, 그 본래의 바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희다’라는 단어의 관형어인 <흰>이라는 제목의 한강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삶에 비추어, 그 단어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흰에 대한 모든 것, 흰에 대한 모든 찬사,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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